ISA 계좌 만기 연장은 3년의 의무 가입 기간이 지난 투자자들에게 찾아오는 즐거운 고민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와도 같습니다. 만능통장으로 불리며 국민적인 재테크 필수품이 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비과세와 분리과세라는 강력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지만, 만기가 도래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절세의 크기’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귀찮다고 방치하거나, 남들이 좋다는 대로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현재 나의 자산 상황과 향후 투자 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오늘은 ISA 만기 시점에서 해지 후 재가입하는 것이 유리한지, 아니면 만기 연장을 하는 것이 유리한지 꼼꼼하게 비교 분석해 드리고자 합니다.
비과세 혜택을 다시 한번 챙기는 해지 후 재가입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경험자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일반적인 전략은 ‘해지 후 재가입’입니다. 이 방법이 대세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ISA 계좌의 핵심인 비과세 한도를 리셋(Reset)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ISA 계좌는 일반형 기준으로 200만 원, 서민형 기준으로 400만 원까지의 순이익에 대해 세금을 전혀 매기지 않는 비과세 혜택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 한도를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9.9%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를 적용받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비과세 한도가 계좌 개설 후 ‘평생’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계약 기간(계좌 수명) 동안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지난 3년간 투자를 잘해서 이미 200만 원(혹은 400만 원)의 수익을 넘겼다면, 앞으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 계좌를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게 되면, 새로운 계좌에서 다시 0부터 시작하여 비과세 한도를 꽉 채워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즉, ‘비과세 혜택의 부활’이 가능한 것입니다.
연금 계좌 이전을 통한 추가 세액공제
해지 후 재가입을 선택했을 때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는 연금 계좌 전환 혜택입니다. ISA 만기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연금저축펀드나 IRP(개인형 퇴직연금)로 이전할 경우, 이전 금액의 10%에 대해 최대 300만 원까지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기 자금 3,000만 원을 연금 계좌로 옮기면 10%인 300만 원이 세액공제 대상이 됩니다. 기존 연금 계좌의 세액공제 한도(연금저축 600만 원 + IRP 합산 900만 원)와는 별도로 적용되므로, 연말정산 시 막대한 세금 환급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 혜택은 ISA 계좌를 ‘해지’하고 자금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재가입 전략과 찰떡궁합을 자랑합니다.
납입 한도의 재설정
ISA 계좌는 연간 2,000만 원, 5년간 최대 1억 원까지 납입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기존 계좌에서 납입 한도를 모두 소진했다면 더 이상 추가 자금을 넣고 굴릴 수가 없습니다. 이때 계좌를 해지하고 재가입하면 납입 한도 역시 초기화되어 다시 연간 2,000만 원씩 납입하며 투자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자산 규모를 계속 불려 나가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납입 한도 확보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투자의 흐름을 끊지 않는 만기 연장
그렇다면 무조건 해지하고 다시 만드는 것만이 정답일까요? 상황에 따라서는 만기 연장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만기 연장은 기존 계좌를 해지하지 않고 계약 기간만 늘리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이 유리한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강제 매도를 원하지 않는 경우
해지 후 재가입을 하려면 기존 계좌에 있는 모든 자산(주식, ETF 등)을 매도하여 ‘현금화’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투자자에게는 때로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보유 중인 종목이 일시적으로 하락장에 있어 손실 구간이거나, 장기적으로 우상향 할 것으로 믿고 10년 이상 보유하려 했던 종목이라면 지금 당장 파는 것이 손해일 수 있습니다. 또한, 매도 후 재가입하고 다시 매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와 그 사이의 주가 변동(내가 팔자마자 오르는 머피의 법칙)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만기 연장을 선택하면 보유 주식을 팔지 않고 그대로 들고 갈 수 있어 투자의 연속성을 보장받습니다.
소득 증가로 인한 가입 자격 변동
ISA 계좌는 가입 시점의 소득을 기준으로 유형(일반형, 서민형)이 결정됩니다. 서민형은 비과세 한도가 400만 원으로 일반형보다 두 배나 혜택이 큽니다. 만약 가입 당시에는 소득이 낮아 서민형이었는데, 지난 3년 사이 연봉이 올라 서민형 기준을 초과하게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해지 후 재가입을 하게 되면 현재의 높아진 소득을 기준으로 심사를 다시 받게 되어 일반형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반면, 만기 연장을 할 경우 금융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존의 가입 자격을 그대로 유지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이는 금융사 정책 및 세법 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연장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만약 서민형 혜택을 유지하는 것이 비과세 한도 리셋보다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연장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우려
금융소득(이자+배당)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어 ISA 신규 가입이 제한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직전 3개년도 중 한 번이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해당된 적이 있다면, 해지 후 재가입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기존 계좌의 만기를 연장하여 ISA라는 절세 우산 속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절세 전략이 됩니다.
나에게 맞는 최적의 선택 가이드
결국 ISA 계좌 만기 연장과 재가입 중 무엇이 유리한지는 여러분의 투자 성향과 현재 계좌 상태에 달려 있습니다. 결정을 돕기 위해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정리해 드립니다.
이런 분들은 ‘해지 후 재가입’을 추천합니다
기존 계좌에서 이미 비과세 한도(200/4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만기 자금을 연금 계좌로 옮겨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최대로 받고 싶다.
보유 중인 종목을 리밸런싱(교체) 할 계획이 있다.
납입 한도(1억 원)를 다 채워서 추가 납입이 필요하다.
이런 분들은 ‘만기 연장’을 추천합니다
현재 보유 중인 주식이나 ETF를 팔고 싶지 않다 (장기 투자 중).
아직 비과세 한도가 많이 남아 있어 굳이 리셋할 필요가 없다.
최근 소득이 급격히 늘어 서민형 자격을 잃을 것 같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우려가 있어 신규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
ISA는 정부가 국민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만든 혜택 덩어리입니다. 2025년 현재,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ISA가 가진 절세의 힘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단순히 만기가 되었다고 기계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앞서 말씀드린 조건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내 자산을 지키고 불리는 방향으로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재가입을 고려하신다면 의무 가입 기간 3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언제든지 페널티 없이 해지가 가능하므로, 시장 상황을 보며 매도 타이밍을 조절하는 여유를 가지셔도 좋습니다. 반면 연장을 선택하신다면 만기일이 도래하기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만기일이 지나버리면 자동 해지되거나 일반 과세 계좌로 전환될 수 있어 그동안 쌓아온 혜택이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성공적인 절세 투자를 응원합니다.